“호텔경제론”이란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의 경제 순환론, 그 의도와 논란
최근 정치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호텔경제론'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용어는 그가 전북 군산 유세에서 예시로 든 경제 순환 사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돈이 실제로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지역 내에서 여러 거래가 발생하며 경제가 움직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습니다.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을 예약금으로 맡깁니다.
호텔 주인은 그 돈으로 식품가게 외상값을 갚고,
식품가게 주인은 치킨집 외상값을 갚습니다.
치킨집 사장은 신발가게에서 신발을 사고,
신발가게 주인은 빵가게에서 빵을 사고,
빵가게 주인은 호텔에 외상값을 갚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해 돈을 돌려받고 떠나지만,
그 사이에 지역 내에서 돈이 한 바퀴 돌며 경제가 활성화됩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예시를 통해 “경제란 외부에서 돈이 꼭 유입되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돈이 돌기만 해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지역화폐와 같은 순환형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돈의 유입보다 순환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유는 정치권과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그게 어떻게 경제냐?”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비판
가장 강하게 비판한 인물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입니다. 그는 해당 발언을 ‘호텔경제학’이라 조롱하며, “마치 영구기관처럼 돌기만 하면 경제가 된다는 주장인데, 현실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역시 “이것은 일종의 마술이자 잘못된 경제관의 본보기”라며, 이 후보의 비유는 생산과 소비, 원자재 구매, 감가상각 등 실제 경제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경제에서 순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외부에서 투입되는 자본,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 생산 기반의 확충 없이 단순한 돈 돌리기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반박: “경제의 승수효과를 설명한 것일 뿐”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자신이 말한 것은 ‘경제 순환의 승수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단순한 예시였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경기가 침체될수록 정부가 지역 내에서 돈을 돌게 해야 한다. 지역화폐나 재정정책은 이러한 순환을 유도하는 정책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단순히 겉으로 보기에 ‘공상적’인 모델이 아니라, 경제학적 원리에 기반한 설명이라는 것입니다. 이 후보는 복지정책과 공공투자를 통해 국민의 실질소득을 높이고, 이를 다시 소비와 생산으로 연결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의도했다는 입장입니다.
호텔경제론, 진짜 문제는?
사실 ‘호텔경제론’이라는 말은 이 후보가 직접 붙인 명칭은 아닙니다. 야권과 일부 보수언론이 그의 경제 구상을 조롱하며 붙인 이름입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공허한 이론’, 혹은 ‘이론적이고 비현실적인 경제관’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그 비유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졌을 때,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해 일시적으로라도 지역경제를 돌게 하는 방식은 실제로도 여러 선진국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순환이 일회성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는 것이겠죠.
결론: 비유는 비유일 뿐, 본질은 정책의 실효성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은 돈이 돌기만 해도 경제가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비유였습니다. 이 비유 자체는 대중에게 경제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 현실은 단순한 흐름이나 순환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느냐, 그리고 국민의 삶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하느냐일 것입니다.
정치권이 비유와 조롱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